택배로 도착한 물건. 상자를 열기 전까지 두근거렸던 설렘은 실물을 본 후 실망감으로 바뀌기 일쑤다. 눈으로 직접 보거나 미리 사용해보는 것이 불가능한 온라인 쇼핑몰의 한계 때문. 상품을 직접 체험한 후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바로 해결될 문제다.
제 단순히 물건을 파는 방식은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상품 판매를 위한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의 입소문’과 ‘직접 체험’을 통한 마케팅이 대안인데요, 바로 이게 판매자와 소비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모델이죠.”
지난 4월 25일 문을 연 스토리 라운지(Story Rounge). 서울 지하철 2호선 이대입구역 인근 ‘예스 에이피엠’ 쇼핑몰 5~6층에 자리잡은 이곳은 신상품을 직접 체험하고 사용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소비자의 체험을 통한 입소문 마케팅 전문 공간인 것. 외국에서 활성화된 샘플숍 개념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곳이다.
체험 마케팅의 본격적인 시작
스토리 라운지의 비즈니스 모델은 복잡하지 않다. 매장을 찾은 소비자가 관심 있는 상품을 무료로 체험한 후, 상품에 대한 느낌과 소감을 온·오프라인을 통해 공유하는 것. 상품을 제조하는 기업은 전시와 홍보를 통해 제품을 알리는 것은 물론, 온·오프라인 마케팅이 모두 가능해진다는 메리트가 생긴다. 또한 현장에서 직접 상품 판매에 나설 수도 있다. 공간 사용료 정도의 비용으로 ‘상품 리뷰’를 통한 온·오프라인 마케팅이 가능해지고, 직접 판매를 통한 수익도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아이템인 셈. 이강민 대표는 스토리 라운지의 탄생을 온라인 쇼핑몰의 활성화와 오프라인 매장의 한계에서 찾았다고 말한다.
“온라인 쇼핑몰은 상품을 직접 보지 못하고 구매해 반품과 환불률이 높습니다. 또한 선구매자의 리뷰가 상품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죠. 반면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를 맘대로 만지고 사용해 볼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눈치 보지 않고 관심 있는 상품을 맘대로 체험한 후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게 된 거죠.”
스토리 라운지의 탄생 배경에는 1인 미디어로 무장한 소비자의 힘도 한몫하고 있다. 블로그나 카페, 미니홈피 등 기존의 매체 파워를 능가하는 개인 미디어가 발달하고, 이를 활용한 얼리어답터들의 상품 리뷰가 구매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게 된 것. 어떤 상품이든 인터넷 검색부터 해보는 것이 요즘의 상품 구매 풍토다. 기업 입장에서는 좋은 구매 후기와 직접 체험이 마케팅 수단으로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제조 기업의 마케팅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광고나 기사는 일회성에 그치게 마련이죠. 홈쇼핑의 경우 마진율도 작고, 입점 자체가 힘든 게 사실입니다. 기업의 예산에 맞춘 마케팅, 비용은 최대한 줄이고 효과는 최대한 보장하는 마케팅으로 ‘B2C’가 각광받게 된 이유죠.”
상품 체험과 문화 공간의 만남
4월 25일 정식 오픈한 스토리 라운지에는 약 80여 개의 업체가 입점해 있다. HP, 델, 캐논, 웅진 등 IT와 가전 업체들이 70% 정도를 차지하고 화장품, 음료 등의 먹을거리 제품도 체험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스토리 라운지는 쇼핑몰 5~6층에 총 3300㎡(1000평)의 전시 및 부대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야외 광장까지 활용할 경우 6600㎡(2000평)에 이르는 넓은 공간 확보가 가능하다. 5층에는 신상품 전시장, 모임방, 음료 카페 등이 갖추어져 주로 샘플숍 본연의 기능을 맡게 된다. 6층은 문화공연이 가능한 소극장과 스토리 아트홀 등의 문화 공간, 웨딩 전시장, 미니바 등이 갖추어져 있다.
“샘플숍은 말 그대로 소비자가 상품을 맨 먼저 만나고 체험하는 공간입니다. 기업 입장에선 상품을 소개하고 홍보할 수 있는 전문 공간인 셈이죠. 스토리 라운지는 이 밖에도 소비자들과 리뷰어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도 마련했습니다. 상품 리뷰를 위한 토의, 동호회 활동 등을 위한 방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죠. 홍대 앞의 ‘상상공간’과 비슷한 문화시설도 있습니다. 소극장에서 다양한 문화 공연이 펼쳐지는 것은 물론, 문화광장에서는 기업의 신상품 발표회 등이 열릴 예정입니다.”
공간 구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5층은 상품 체험과 커뮤니티 공간으로 구분된다. 커뮤니티 모임방 15개, 블로거룸 1개, 신상품 전시대 70개, 기업 홍보부스 11개, 오픈 스튜디오와 이벤트 무대, 미디어 취재지원센터 등이 갖추어져 있다. 6층은 문화&교육 공간으로 꾸며졌다. 220석 규모의 스토리 아트홀을 비롯해 문화광장, 50석의 세미나룸 2개, 150석 교육장 1개, 포토스튜디오 및 프로필 사진관, 갤러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하루 3만~15만 원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또한 상품에 관심이 많은 타깃 고객을 직접 만나고, 그들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피드백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죠.”
만들어진 상품을 단순히 구매해 사용하는 소비자의 입장을 떠나 상품의 기획과 제조, 나아가 마케팅에까지 참여하는 프로슈머의 시대. 소비자의 입소문을 통한 체험 마케팅 플랫폼을 선보인 스토리 라운지의 사업 전망이 밝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6월에 강남에 2호점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연말에 3호점을 내고 내년부터는 각 광역시 단위로 매장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1.스토리 라운지 입구와 안내 데스크.
2.고객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과 휴식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3.각종 소비자그룹과 기업을 위한 세미나 공간이 갖추어져 있다.
4.다양한 문화공연과 발표회 등이 열릴 소극장 스토리 아트홀.
글 장진원 기자Ⅰ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