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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정보]모드뜨레/문화예술이야기

1000개의 의자가 있는 마을

1000개 이름 짓기 마케팅

푸른농촌 희망 찾기<상>- 벽촌서 관광 명소된 제주'아홉굿 마을' 벽촌에서 많은 이들이 찾는 장소로 탈바꿈한 농촌마을이 있다. 주민이 똘똘 뭉쳐 새로운 체험 프로그램과 특산물을 개발하고, 톡톡튀는 마케팅을 한 덕이다. 일종의 마을 단위 '창업 성공기'다. 이들 지역엔 농촌진흥청과 지방자치단체 등의 경제적 지원도 더해졌다. 그들의 성공이야기, 그리고 농업,농촌 발전을 뒷받침하는 농진청의 농업기술 개발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제주시 한경면 낙천리. 일명 ‘아홉굿 마을’로 불린다. 굿은 연못을 뜻하는 사투리이면서 좋은 일이 있다는 뜻도 품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손수 만든 의자는 마을 곳곳에 자리 잡았다. 마을에 손님이 찾아오길 바라는 심정이 담겨 있다. 학생이 줄어 학교가 사라지고, 소득이 줄어 침체된 마을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주민들이 2006년 머리를 맞댄 결과 얻은 결론이 ‘의자’.

누구나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의자를 설치하면 외부에서 방문객이 찾을 것이라는 소박한 기대였다. 높이 16m, 폭 5m의 초대형 의자를 비롯해 삼각퍼즐 의자, 소 여물통 의자, 둥근 의자 등 다양한 형태의 의자가 탄생했다.


관심을 끌기 위해 4월과 5월 누리꾼을 대상으로 의자 1000개의 닉네임을 공모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엉덩이의 본능' '꽃 깔고 별 덮고' '키 크는 의자' '앉으면(面) 편하리(里)' '춤추는 역마살' 등의 이름이 선정됐다.

이 마을은 농로(農路) 트레킹 코스 지도를 자체 제작했다. ‘명범이네 집’을 지나 연못낚시 체험장, 토마토하우스, 오이하우스 등을 거친다. 트레킹을 하면서 풀무, 보리음식, 농산물 수확, 천연염색, 아홉 연못, 마을 숲, 전통놀이, 닉네임 의자, 넉넉한 인심 등 아홉 가지 즐거움을 체험할 수 있다.

낙천리는 2003년 농촌진흥청 지정 농촌테마마을로 선정된 후 전통초가 체험, 풀무 재현, 연장방아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2006년 제주시 선정 생태복원 우수마을, 2007년 환경부 선정 환경친화 생태마을이 됐다. 김만용 이장은 “농촌마을이 곧 자원이라는 생각으로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며 “특색 음식으로 내놓는 보리열무비빔밥, 보리수제비에는 다른 곳에서 느끼기 힘든 ‘정성’이 듬뿍 담겨 있다”고 말했다.

차별화 마케팅

이렇게 2007년 주민들은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고 전국의 체험마을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올 초 대형포털을 통해 아홉굿 마을의 존재를 알리는 '온라인 마케팅'을 한 것이다. 마케팅이 적중한 것일까. 2004년 3600만명 정도던 방문객이 올 들어 10월 15일까지만 1만명을 넘었다. 최근에는 걷기열풍을 일으킨 제주 올레 코스에 마을이 포함되면서 관광객 발길이 더욱 잦아졌다. 

 2004년 1680만원에 불과했던 관광.특산물판매 소득도 지난해 약 1억 5000만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안에 주민들이 공동 운영하는 전통식당을 낼 계획이어서 소득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김재수 농촌진흥청장은 "아홉굿 마을은 주민 스스로 새로운 복지 농촌을 만들고, 이를 농진청이 지원하는 '푸른 농촌 희망찾기'운동의 모델"이라며 "아홉굿 마을처럼 자립하려는 곳에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발췌
중앙폴리스뉴스
  중앙일보 양성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