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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기/손진기 마케팅 칼럼

손진기의 마케팅 컬럼4 - 커피 안나는 나라에..

손진기의 마케팅 이야기(9월) - 커피 믹스! 성공 요인 유독 한국에서만 되는 이유


      커피 안 나는 나라에서 커피로 바로서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야유회나 MT, 휴가를 갈 때면 으레 커피 믹스를 챙기곤 한다. 이제는 습관화 되어 버렸고 혹 못 챙겨 가더라도 고속도로나 국도 변 휴게소에 들러 몇 박스 집어 드는 모습을 보는 것은 쉽게 눈에 띄는 일이다.


요즘은 해외 출장을 갈 때도 커피믹스를 챙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커피의 본고장으로 출장을 가도 동서 식품의 커피 믹스가 출장 가방 안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장시간의 회의가 계속될 때는 커피에 설탕과 크림이 믹스되어 있는 커피가 몇 순배 돌아간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들어 온 시기는 고종 때로 고종은 커피를 처음 마시고 죽을 뻔 했다는 기록이 있으나 그 후로도 커피를 계속 마실 만큼 커피 애호가였다고 한다. 초기의 커피는 매우 비싸 커피숍엔 주로 부자들만 드나들었다. 커피가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광복이후 70년대 동서식품이 인스턴트커피를 생산하여 한국인의 표준 황금 비율인(?) 커피 한 스푼에 설탕 3스푼, 크림 2스푼의 커피믹스를 개발하여 커피가 대중화 되었다.(그 당시만 해도 설탕을 먹는 것은 부의 상징이었고 우리 입맛에 단 맛을 선호였으며 명절 선물로 설탕 부대가 인기를 끌 때였다)


한국 커피시장의 25%를 차지하는 커피 믹스


과거와는 달리 한국의 커피 시장은 정말 다양해 졌다. 인스턴트커피와 원두커피를 비롯하여 설탕, 크림, 커피가 모두 섞인 커피믹스와 캔 커피가 그 대표 격이다. 인스턴트커피와 원두커피는 1998년 커피시장이 포화 상태를 이룬 이후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반면,  캔 커피와 커피믹스 소비는 꾸준히 증가 하고 있다. 물론 스타벅스와 같은 에스프레소 커피 전문점은 점유율이 2000년 2%였던 것이 18%로 급성장 했지만 이러한 현상은 다른 선진국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흥미로운 사실은 최근 몇 년 동안 급성장하면서 한국의 커피시장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커피믹스의 대한 사랑은 유독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두드러진 현상이다. '98년 1,440억원 이였던 커피믹스 시장이 2년 사이에 1,980억원으로 늘어났고 커피 판매량도 '98년에 24,000톤 이였던 것이 '01년에는 46,000톤에 이르렀다. 매년 10%~20%정도 성장한 셈이다.


커피 믹스가 성공한 3가지 비결


뭐니 뭐니 해도 커피믹스의 가장 큰 장점은 편의성이다. 한국 경제가 꾸준히 발전하면서 국민소득이 오르고 사람들은 바빠지면서 더욱 편의성을 추구하게 되었다. 커피, 설탕, 크림이 이미 믹스되어 있는 커피믹스는 회사나 야외 어디에서도 휴대하기 편리하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사람들의 편의성 요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정수기의 보급


게다가 요즘에는 정수기의 보급이 보편화 되면서 정수기에서 24시간 뜨거운 물을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직장인들이 직접 커피를 타서 마시는 추세가 정착되면서 커피 믹스의 판매량이 급신장 하고 있다. 예전에는 커피 심부름을 위한 여직원이 회사에 한 사람씩 있을 정도였으나 여권이 신장되고 여성 전문 인력이 늘어나면서 여성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에 대한 변화가 커피믹스의 판매량을 늘리는데 공헌하였다. 여자는 커피나 타는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이 커피 믹서와 정수기로 바뀌면서 게으른 남자들이 쉽게 타먹을 수 있는 커피믹스가 사무실을 차지하게 되었다.


선택의 다양화


또한 일률적이었던 커피믹스의 맛이 다양하게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제공하게 된 것도 성공 요인의 하나였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은 각자 자기 기호를 존중받기를 원한다. 커피도 예외는 아니어서 커피 회사마다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였다. 배합의 정도가 서로 다른 스틱형 커피믹스나 카페인이 없는 디카페인 커피믹스, 카푸치노, 헤이즐럿, 마일드 등등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고급화 전략


커피믹스의 이미지적인 단점은 소위 `다방 커피`라는 다소 싼 느낌을 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물론 실제 가격이 저렴한 것도 사실이지만) 스타벅스, 네스카페, 커피 빈 등과 같은 커피전문점이 폭발적인 증가 추세 속에서 '다방'이라는 이미지는 우리 생활 문화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는데 유독 그 이미지가 남아 있는 게 커피믹스이다.


그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입맛이 고급화, 다양화 되면서 스타벅스 같은 커피전문점을 선호하게 되었다. 이에 대한 전략으로 한국 네슬레는 발 빠르게 2001년 겨울, 정통 라떼 맛의 오리지날과 모카, 프렌치 바닐라 등 3가지의 프리미엄 커피 믹스를 동시에 출시하여 까다로운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데 성공하였다. 이에 자극을 받은 동서식품도 기존의 오리지널, 모카골드 마일드, 디 카페인 외에 2002년 초에 그 유명한 '맥심 카프치노'를 출시하게 이른다. 대상도 이에 질세라 로즈버드 카페 비엔나, 로즈버드 카프치노를 내 놓았다. 여기에 한국 레슬레는 폭발적인 시장 반응에 힘입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커피 향을 조사하여 헤이즐럿 맛을 추가하였다. 


커피믹스의 신화적 성공은 커피 생산국가도 아닌 한국에서 한국 사람들의 기호와 문화적 성향, 생활 습관의 변화 추이를 잘 파악하여 한국 땅에 정착시킨 마케팅의 좋은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커피믹스가 대중적 사랑을 받고 있는 반면 지금 우리 주위에서는 에스프레소 커피 전문점이 경쟁적으로 생기면서 Take-out 커피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강남대로의 출근길의 풍경은 스타벅스 로고가 선명하게 보이는 일회용 컵에 커피를 가득 담아 출근길을 활보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트이고 패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경쟁 환경에서 커피믹스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가 어떻게 바뀔지 귀추가 주목된다.